츳키른 60분 전력

~봄고 카라스노vs아오바죠사이 결과 네타 있습니다~




오해?


오이카와 토오루 x 츠키시마 케이



  '썸'이란 단어를 TV에서 처음 봤을 땐 터무니 없다고 생각했더랬다. 연인이 되기 전 단계를 언제부터 사람들이 썸이라는 단어로 압축해서 불렀더라. 연애 경험이 전무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감하긴 어려웠다. 그에게 편지를 전해 수락한 후 사귀기 시작한 전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선 그런 일이 없었으니까 당연할 지도 몰랐다. 관심이 가는 마음을 숨기고 눈치 싸움을 시작한다. 적어도 츠키시마에겐 그렇게 들렸고 참 피곤한 일이다 싶었다. 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면서, 눈치 싸움은 네트 건너에 있는 세터와 하는 걸로도 충분했다. 그래, 그 세터랑.


  세이죠와의 연습 시합 후에 어쩌다가 넘겨 받은 핸드폰 번호였다. 코트 건너편에서 놀리듯 노려오는 서브를 몇 번 받은게 고작일 인연이었는데, 학교로 돌아가는 버스에 타기 전에 갑자기 붙잡혀 오이카와의 핸드폰 번호를 받았다. 얼떨떨하게 자신의 번호도 내 준 츠키시마가 버스 안에서 받은 첫 메시지는 [팔 아팠지?] 였고, 츠키시마는 답장을 보내지 않고 그대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놀리는 것도 아니고. 묘하게 리시브에 대해 놀리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집으로 돌아와 잠 들기 직전에야 오이카와의 문자가 떠올라 안경을 벗고 휴대폰을 다시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대로 무시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츠키시마의 손가락이 한참 자판 위를 헤매다가 간단한 문장을 만들었다. [괜찮습니다. 시합이고.] 텍스트가 손가락 끝에서 떠나고 휴대폰을 닫기까지는 의외로 시간이 좀 걸렸다. 시합 종반에 나타나 여학생들의 비명을 배경으로 벼락같은 서브를 꽂던 오이카와가 새삼스럽게 떠올라서.

  츠키시마와 오이카와의 연락은 의외로 계속 되었다. 타학교라도 상급생에게 의외로 예의를 잃지 않는 츠키시마의 성실함 때문인지, (츠키시마가 생각하기에) 인기 덕에 연락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 같은 오이카와의 성품 때문인진 몰라도 그럭저럭 자연스럽게 안부도 묻게 될 정도였다. 그만큼 세이죠와 카라스노의 인연도 질겨져서, 두 번의 공식전 시합이 지나갔다.

  봄고 미야기 현 대표 선발전. 카라스노가 세이죠에게서 승리했다. 힘들었던 원정과 연습 끝에 이뤄낸 리벤지의 여운은 츠키시마로서도 쉽게 가시지 않았지만, 역시 버스 안에서 떠오르는 감각은 이상하게도 세이죠와의 첫 연습시합 직후와 같았다. 가방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을 그제야 꺼내보았다.

  수신된 메시지 0건. 

  새 문자가 없는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오이카와와 츠키시마의 문자 주기는 짧지 않았지만 꾸준했다. 특히 두 사람이 맞붙는 시합 후에는 꼭 오이카와가 문자를 먼저 보냈다. 팔 아팠지? 혹은, 다음에도 안 질 거야, 같은.

  문자가 없는 건 바쁘기 때문일까. 아니면 카라스노가 이겼기 때문? 그럴 수도 있었다. 카라스노가 세이죠에게 전력을 상대해 이긴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오이카와는 더이상 고등학생으로서 배구를 할 수 없었다. 함께 해온 팀원과도 마지막일테고, 해후도 풀어야 할테지. 어쩌면 카라스노의 블로커에겐 더이상 볼 일이 없을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썸 탄다는건, 혼자 오해하는 거잖아. 어머니와 형인 아키테루가 유행하는 오락 프로를 보고 있을 때 넘겨보던 츠키시마가 툭 던진 말이었다. 귀염성 없다는 대답이 돌아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직접 마주할 자신도 없으면서 오가는 말 몇 마디, 행동 몇 번으로 상대방이 저를 좋아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 그게 오해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리고 어쩌면, 그 반대도.

  헐레벌떡 뛰어와 핸드폰을 들이밀던 얼굴이 떠올랐다. 근처에 온 김에 한 번 볼래? 하고 만났던 일도 떠올랐고, 뜬금 없이 걸려온 전화 통화에는 서로의 연습 얘기를 하며 꽤나 유난도 떨었다.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묻더니 며칠 뒤엔 뜬금 없이 케이크 쿠폰을 보내주기도 했다. 

  오해는 뭘까. 사실 오해 그 자체 보다는, 오해하기 싫다고 부러 돌린 고개에 힘을 주는게 문제가 아닐까. 몸은 피곤하다고 소리를 지르는데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보내는 메시지 칸의 빈 화면이 시선을 끌었고, 결국 손가락을 불렀다.

  [잘 하셨어요.]

  핸드폰 쥔 손을 내리고 츠키시마가 마침내 눈을 감았다. 서브로 잔뜩 농락해놓고 팔이 아프지 않냐고 묻는 인사보단 훨씬 상냥한 내용일테지. 정말로 잔뜩 분해하고, 다른 3학년들이 그런 것처럼 울고 있을지도 몰랐다. 오이카와 씨가 좋다고 했던 음식이 뭐였더라. 어쩌면 다음엔.......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도 금방 잠에 빠진 츠키시마의 손에서 약하게 진동이 울렸다.

  [오이카와 씨는 물론 잘했지!] 






'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츠이와] 소년과 괴물  (2) 2016.02.01
[제레귤] 마지막 이야기  (0) 2015.12.28
[제레귤] 피터팬  (1) 2015.05.21
[시리무] Happy Birthday and…….  (0) 2014.03.10
[시리무] Tame上  (0) 2014.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