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츠키] 꽃

글/엽 2014. 9. 13. 22:04

육십분 나한테 너무 짧다 (..) 영화보러 가야되서 어중간하게 자름..




하이큐 글 연성 전력 60분

[오이츠키] 꽃



  "축하해요."


  멋없이 불쑥 눈 앞을 채운 꽃다발에, 오이카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꽃을 주는 쪽이 웃고 받는 쪽이 부끄러운 표정을 지어야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웃는 사람은 막 졸업식을 마친 오이카와였고, 쑥스럽게 툴툴 거리는 건 츠키시마였다.


  "동영상 찍어 달라고 불러놓고 앞에서 웃는 건 무슨 의미예요."

  "축하한다면서 그런 표정 하는데 어떻게 웃음이 안 나와~."

  "표정이 뭐 어떻다고."


  빈 손을 주머니에 꽂은 츠키시마가 끝까지 퉁명스러운 투로 대꾸했지만 불만스레 내려가 있던 입매는 금방 힘이 풀렸다. 아오바죠사이 학교의 졸업식은 커다란 강당에서 이루어졌다. 츠키시마가 지난 몇달간 종종 찾아갔던 바로 그 체육관이었다. 익숙한 장소에서 마주한 졸업식은 제법 낯설었다. 불과 며칠 전에 참석했던 카라스노의 졸업식과는 무척 달랐다. 카라스노의 졸업식에선 선배들 여럿을 바라봤고, 아오바죠사이의 졸업식에선 오이카와 토오루 한 사람을 지켜봤다는 점에서.

  오이카와는 한 달 전부터 졸업식에 와달라는 제안을 했다. 사실 처음은 한참 전이었다. 추운 한 겨울에 프로 배구 경기를 관람하러 가던 중에 뜬금 없이 졸업식에 와달라던 오이카와의 말을 츠키시마는 어렵지 않게 거절했다. 물론 그 정도로 낙담하거나 좌절할 오이카와가 아니었다.

  츠키시마도 아주 가기 싫은 건 아니었다. 다만 오이카와 토오루의 남자친구가 끼어들 장소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의 졸업식엔 가봤지만 어디까지나 가족이 참석하는 자리지, 애인이 참석할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 됐다. 더더욱 오이카와 같은 사람이라면.


  "동영상은 잘 찍혔어?"

  "너무 멀지 않나 했는데 확대해도 잘 보이더라구요."

  "나니까 당연히 잘 보이겠지?"

  "아, 예."


  핸드폰을 꺼내 보여주려던 츠키시마의 표정이 차갑게 식는 걸 확인한 오이카와가 또 한번 웃었다. 농담, 농담. 아니 반만 농담. 그럼 반은 진담이네요. 그럼~. 츳키는 나 볼 때 그런 거 안 느껴져? 멀리서 봐도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런거.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안경 너머의 황색 눈이 깜빡이는 걸 본 오이카와가 짓궂게 웃었다.


  "그래서 동영상 찍어달라고 한 거야. 몰랐어? 몰랐지? 츳키도 이건 몰랐을 거다~."

  "빵셔틀 빵셔틀 무섭다는 말만 들었는데 동영상 셔틀은 처음 듣네요. 와, 진짜 무섭다."

  "그런 말투로 말하면 전혀 무서운게 아니잖아, 츳키."


  아하하. 품 속의 꽃다발이 흔들렸다. 살 때부터 일관성 없이 울긋불긋한 꽃다발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오이카와가 안고 있으니 그가 있는 풍경에 잘 녹아들었다. 그러고보면 그는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다. 타인을 대할 때도, 코트 위에 설 때도.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맞춰주며 이끌어주는 사람. 그 와중에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 개성 강한 사람.


  "그래도 역시 와줘서 기분 좋다."


  졸업식에서 본 오이카와는 보지 않을래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를 빛낸 배구부의 주장으로 무어라 영예로운 상을 하나 받았고, 언제나 그렇듯 뭇 여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심지어 자녀들의 졸업식을 보러 온 아주머니들의 입에도 오르내리는 걸 엿들은 츠키시마는 이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츠키시마와 잠시 있는 것도 허락하지 못하겠다는 듯 여기저기서 오이카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토오루 군! 오이카와 선배! 우르르 몰려든 여 후배들이나 동급생들이 금방 주위를 둘러쌌고 오이카와와 츠키시마의 사이는 사람 머리만큼의 거리가 더 생겼다.


  "나중에 문자 할게요."


  졸업 축하해요. 보기 드문 오이카와의 미안한 표정을 관람할 찬스였지만 츠키시마는 고개를 저었다. 사귀는 동안 몇번이고 있었던 일이고, 츠키시마는 그 때마다 오이카와가 미안해 할 줄 알게 된 것에 지금은 의의를 두었다.



  

'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츠이와] 아홉 번째 첫눈  (0) 2015.11.28
[마츠이와] 너와 나의 거리 (side M)  (0) 2015.10.30
[시리무]  (0) 2014.08.23
[제레귤] 문신  (0) 2014.03.17
[바티레귤]  (0) 2014.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