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점점 건강해지지만 나는 점점 늙어갈 거야. 우리가 같은 나이로 만나게 될 시간이 기다려지면서도 두려워.
스물 여덟의 너의 품에 안긴채 스물 여섯의 나는 고백했다. 바라건데, 우리의 시간이 함께 그 시절에 멈추기를. 차마 끝까지 토해낼 수 없는 말을 도로 삼키고 터진 입술을 너의 가슴에 묻었다. 나를 안은 너의 팔힘은 강해졌다. 어제보다 오늘 더 건강해지는 너는 너의 손 안에 더 많은 것들을 쥘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날 수록 많은 것들이 모래 알갱이처럼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갈 것이 분명했다. 놓지 않으려 주먹에 힘을 줄 수록 손 안의 공간은 좁아질 것이었다. 남들은 고작 서른에 가까운 나이에 벌써 나이 듦을 걱정 하냐고 핀잔하겠지만, 나에겐 네가 기준이었다. 내가 남들과는 다른 시간을 사는 너와 엇갈리는 순간, 마주 보고 서로를 향해 걸어오던 우리는 거꾸로 등을 보이며 다시 걸어가겠지. 두 번 다시 마주칠 수 없는 평행선을 사이에 두고 반대로 걸어가며 서로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가고, 서로를 추억하고,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겠지. 우리는 스물 일곱에서야 겨우 서로를 따라잡고 너의 스물 여섯, 나의 스물 여덟에는 다시 멀어지겠지.
시리우스.
고이는 눈물을 어렵사리 너의 이름으로 삼켜냈다. 우리의 시간은 함께할 수 없다. 네가 나의 중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만큼 나도 너의 소년 시절을 완벽하게 그려낼 수 없다.
응, 리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나는 너의 시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단단한 너의 목소리가 나를 다시 옭아맸다. 목이 메어왔다. 너의 시간은 너무나도 특별한 너의 일부분이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충분히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노라고 마음 먹었다.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나의 10대에 너의 30대를 사랑했다. 너는 언제나 너였다. 너이다. 양로원은 너의 보육원이었으며 너의 중후한 인상은 너의 어린 모습이었다. 나는 네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든 사랑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너는 어떨까. 너는 20대에도, 10대에도, 파릇한 풀밭 위에서 뛰어다니는 아주 어린 꼬마여도 황혼을 바라보며 늙어가는 나를 사랑해줄까.